크리스토퍼 놀란 作 덩케르크 (2017)
* 개봉한 지 다섯 달이나 지나서야 봤다. 개인적으로 이ㄷㅈ 평론가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듣는 건 언제나 배울 점이 많다. 크리스토퍼 놀란 작품 중에 재미있는 영화를 꼽으라면 순위권 안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잘 만든 영화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셉션은 없음) 그리고 놀란 캐스팅 선구안 진짜... 로우든, 핀 화이트헤드, 톰 글린, 아나이린, 해리 스타일스 하나같이 다 완전 괜찮았다. 특히 아나이린.... ㅇ<-< 친구가 예전에 내 취향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보자마자 헐... 했다. ㅋㅋㅋㅋ
** 포탄이 떨어지는 방향이 관객인 내쪽이다. 그러니까 나를 향해서 날아온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토미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찌저찌, 운으로 고국으로 돌아간 캐릭터다. 처음에 독일군의 무작위한 총질에도 운좋게 살았고, 열세 발의 포탄이 떨어질 때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것 말고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열두번째의 포탄을 피한 토미, 그리고 열세 번째 포탄이 내쪽으로 날아오면서 화면이 전환된다. 관객인 내가 몰입되는 부분의 시작이다.
*** 지상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으로 플롯이 완벽하게 나뉘어져 있다. 이렇게 플롯이 나뉘는 건 세 개의 플롯이 만나는 지점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구원자와 피구원자가 바뀐다.
**** 좌초된 배에서 토미와 알렉스의 설전에서 보면, 알렉스는 제로썸 게임 식의 사고를 하고 있다. 네(프랑스인 깁슨)가 죽어야 내가 산다고. 토미는 답한다. 얘가 죽어도 변하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고. 알렉스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부끄러워한다. 놀란의 지향점이 여기서 보인다고 생각한다. 논-제로썸 식의 사고. 다크 나이트에서도 어떤 배를 구할 것이냐 물었을 때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 윈스턴 처칠의 선전이 토미의 입을 빌려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 거의 무성 영화 급으로 대사가 안 나오는 영화에서 대사가 나오는 장면들은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특히나 여기서 더 그렇다.
+ 자막... 하... 진짜... 알렉스 입 엄청 거친데 하나도 안 느껴진다. 곳곳에서 지 마음대로 생략된 단어들. 그리고 바보 아저씨 뭐야, 진짜. 번역가 박지훈 씨 인맥 번역을 멈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