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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n Schiele (1890.06.12~1918.10.31)
i&i
2018. 1. 9. 00:11
나는 작품과 창작자를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에곤 쉴레가 좋다. 예술이니, 표현주의니 그런 건 잘 모르고, 창작자가 그린 그림에 그의 삶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수척하고 찡그린 얼굴에 뒤틀어지고 깡마른 육체, 길게 늘어뜨린 손가락에 알 수 없는 날카로운 시선, 전기충격을 받은 듯 뾰죽히 선 머리카락과 음모, 그리고 삐죽히 나온 성기... 쉴레의 거친 시선 속에서 추하게 드러나는 ‘자아’는 인간분석적 조형 언어를 통한 위선에 찬 비인 사회의 부도덕하고 부끄러운 얼굴의 묘사이다. 비극적인 것은 인간의 나약함이고, 추한 것은 인간의 위선이다. 그것을 쉴레는 비극과 추함을 섞어 적나라하게 파헤쳐내는 것이다. 지금도 에곤 쉴레의 회고전이 열리면 전시장 입구에는 그의 작품이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는다고 한다. 쉴레가 쓰는 선에는 무언가가 있다. 잔인한 말이지만 요절한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메리트가 있다.
“내게 예술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생을 사랑한다. 나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심층으로 가라 앉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