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1955)
1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She was Lo, plain Lo, in the morning, standing four feet ten in one sock. She was Lola in slacks. She was Dolly at school. She was Dolores on the dotted line. But in my arms she was always Lolita.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 있는 사 피트 십 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2
그러나 그 자귀나무 숲은ㅡ일렁이는 별무리, 떨림, 격정, 감미로움, 그리고 고통은 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았고, 그 팔다리와 열정적인 혀를 가진 해변의 어린 소녀가 한시도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3
위험하고 아무 가망없는 절망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가 선택한 천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그 하늘은 모두 지옥의 불로 타오르지만 천국은 여전히 천국인걸요.
4
돌이켜보면 내 젊은 날은 달리는 전망차가 일으키는 아침 눈보라인 듯 열차 승객의 눈앞에서 흩날리는 휴지조각처럼 창백하고 반복적인 파편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훌쩍 지나가버린 듯하다.
5
육체는 자기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았지만 정신은 육체의 하소연을 모두 외면해버렸다. 한순간은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무모하리만큼 낙관적으로 돌변하기 일쑤였다. 온갖 금기가 목을 졸랐다.
6
나의 롤리타는 꿈 많은 천진함과 섬뜩한 천박함을 동시에 지녔다. 광고나 잡지 사진에 등장하는 들창코 아이처럼 앙증맞기도 하고, 구대륙의 (짓밟힌 데이지꽃과 땀냄새를 풍기는) 어린 하녀처럼 어렴풋한 관능미도 있다. 시골 갈봇집에서 어린애로 변장한 젊디젊은 매춘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그 짙은 사향 냄새와 진흙탕 속에서, 그 더러움과 죽음 속에서 문득 티 없이 맑고 깨끗하며 다정한 일면이 드러나기도 하니, 오 하느님, 오 하느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롤리타가, 나의 롤리타가 해묵은 내 욕망을 되살려냈고, 그리하여 롤리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7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것이 너와 내가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불멸성이란다, 나의 롤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