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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i&i 2017. 9. 21. 17:43

p. 14

치욕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로써는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을 가늠을 할 수가 없습니다.



p.18

제가 가진 행복에 대한 관념과,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것 같은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다가, 미치기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p. 21

저는 언쟁이나 자기변명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이 욕을 하면, 정말이지, 그게, 제가, 엄청난 잘못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언제나 그 공격을 말없이 받으면서, 속으로, 미칠 만큼 공포를 느꼈습니다.



p. 22

사람에 대해서, 늘 공포에 벌벌 떨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행에, 먼지만큼도 자신을 갖지 못하고, 그리하여 저 혼자만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 신경과민을, 꼭꼭 감추고, 그저 천진한 낙천성을 가장하여, 저는 익살스러운 괴짜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p. 34

서로 속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누구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한 듯한, 실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일례가, 인간 생활에 충만한 것 같습니다.



p. 132

아아, 내게 냉철한 의지를 다오. '인간'의 본질을 가르쳐다오. 사람이 사람을 밀쳐내도, 죄가 아니더냐. 내게, 분노의 가면을 다오.



p. 135

아아, 인간이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완전히 오해하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여기고, 평생, 그걸 모른 채 살다가,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애도사를 읊는 존재가 아닐는지요.



p. 144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노예조차 노예에 걸맞은 비굴한 앙갚음을 하는 법이다.



p. 161

잊을 만하면, 괴상한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와, 기억 속 상처를 그 주둥이로 쪼아 찢어놓습니다. 금세 과거의 수치와 죄에 대한 기억이, 뚜렷이 눈앞에 펼쳐지고, 악 하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공포가 엄습하여,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p. 178

진정, 무구한 신뢰는, 죄의 원천이더냐.




p. 200

인간, 실격.
이미,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p. 203

이제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온 아비규환의 '인간' 세상에서, 오직 하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 가끔 일본 문학의 "인간 실격"의 음습한 감성이 끌릴 때가 있다. 중2 때 제일 심취했던 듯.
** 새벽 두 시에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