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매가 까매질 때까지 살았다 보증금도 없이 우리는 내려앉아 서로의 끝을 생각하느라 분주했다 입술을 깨물던 당신의 꿈에 광부들은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것이 그날 나의 문명이었다 광부들이 부는 휘파람은 탄광 입구의 새소리를 닮았다가 무너지는 갱도에서 새나오던 가스소리를 닮았다가 혼들의 울음소리를 검게 닮아간다
2
손이 찬 당신이 투명한 잔을 내려놓았다 번져 있는 입술자국이 새가 날아오르기 전 땅을 깊게 디딘 발자국 같았다면 살아남은 말들은 쉽게 날 줄을 알았다 나는 가난하고 심심한 당신의 말들에 연을 묶어 훠이훠이 당기며 놀았다 사실 우리의 아름다움의 끝은 거기쯤 있었다
3
버스를 타고 나간 사람을 정류장에서 기다리듯 하늘로 나간 당신의 말들은 하늘을 보며 기다려야한다 당신과 잠시 만난 공중을 눈에 단단히 넣어두고 나는 눈을 감는다
4
그러니까
소매든 옷깃이든 눈빛이든
5
이곳보다 새카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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