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e의 2013년 데뷔 음반 [Pure Heroine]과 이 음반에 대한 대중과 매체의 열광적인 반응을 지켜보며 내가 가진 생각은 “가짜”, 한 단어였다. 그녀가 자신의 음악적 자아(self)를 형성하고 선전하는 방식은 알맹이 없는 껍질만으로 이루어진 듯한 공허함을 감출 수 없었고, 당시 헝거게임-ish 한 십대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점과 맞아떨어지며 마이너 문화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고 온몸으로 광고하는 스타성 가득한 십대소녀의 허세가 대중음악 산업에서 나름의 고유한 위치를 만들어내며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당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Pure Heroine]은 지루하고 진부하다. 완성도나 맥락 등을 따지지 않는 어떤 부류의 대중에게는 잘 ‘먹힐 만한’ 음악을 장르에 상관없이 마구 때려박은 듯한 음반 구성 때문에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을 제대로 듣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녀의 목소리는 위악적이고 깊이가 없다. 작곡 방식은 어디선가 따온 것 같은 의심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나쁜 인상을 깊게 심어 준 그녀의 두 번째 음반 [Melodrama]가 만점에 가까운 찬사를 ‘다시 한번’ 이끌어내자 궁금증이 솟아올랐다. 그녀의 어떤 부분이 대체 십대 소녀팬부터 늙은 평론가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그녀를 지지하게 하는 것일까?

감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Melodrama]는 깔끔하게 정제된 대중 음악 종합선물세트다. 소녀들의 걸크러쉬부터 삼촌팬들의 묘한 로리타 컴플렉스까지 두루두루 건드리는, ‘뉴질랜드의 아이유’ 쯤으로 평가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법한 무난하게 잘 만든 음반이다. 전작과 차별되는 점을 굳이 꼽자면 특정 프로듀서의 영향력에서 많이 벗어나 로드만의 고유한 색채를 조금 더 정착시켰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여전히 다양한 장르를 잡식성으로 마구 집어 삼키고 있지만, 몇몇 킬링 트랙(“Liability”, “Sober”, “Green light” 등)에서 보여 주는 깜짝 놀랄 만한 훅은 그녀의 고유한 재능에서 나온 것이라는 심증을 굳혀 준다. 또 하나의 진일보한 지점이라면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의 테마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일텐데, 굳이 노래 제목의 반복, 혹은 연작 구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뮤지션 개인이 이 음반에 특정 주제의식을 불어 넣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어디까지 성취했는지 판단하는 완성도의 문제는 별개다.

[Melodrama]가 비욘세의 셀프타이틀 2013년작이나 2016년 [Lemonade] 정도 수준의 좋은 팝 음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의 아이유가 현재 그러하고 있듯, 로드는 영미 팝시장에서 마이너리티 정서를 세일즈하며 독특한 위치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인식하는 젊고 설익은 뮤지션의 허세 넘치는 시도조차 무던히 받아넘겨줄 수 있을 정도로 로드 개인의 매력이 넘치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길이 없다. 다만, 물려 받고자 하는 장르의 유산을 낮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따라 올라갈 끈기가 존재한다면, 그녀의 5년 뒤, 10년 뒤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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