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또 빠져서 갈 때 어둠 속에 낯을 가린 미풍(微風)의 한숨은 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발 한발 걸어오르는 달님의 정맥혈(靜脈血)로 짠 면사(面絲) 속으로 나오는 병(病)든 얼굴에 말 못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 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 부질없이도 그를 사모(思慕)하도다. 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 이 때로부터 병들기 비롯한 때이다.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만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쌓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빈 나의 마음은 이 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상실한 것은 예술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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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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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관객모독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황정은, 白의 그림자


* 설국은 e-book으로도 있어서 안 사려고 했는데 리커버판이 나왔다고 해서 샀다. 아, 사치....
**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작년에 읽고, 올해는 백의 그림자. 김사과의 천국에서를 구매할까, 백의 그림자를 구매할까 고민만 너댓 번 했다. 다음에는 파씨의 입문을 읽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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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말한다.
나 말고는 모두
형이상이나 이상형, 혹은 이상한 형으로 변해버렸어.
가깝지도 않은 주제에 재미도 없거나
가까워지면 재미없어질 게 빤하거나
재미는 있지만 가까이하기는 죽어도 싫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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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베스트셀러지. 뻔하고, 뻔하고, 뻔함. 명약관화한 말들을 잘 다듬어서 내놓는 것만으로도 읽히는 건가? 이걸 보느니 TV 동화 행복한 세상'을 읽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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